2016년 4월 1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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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열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장중하게 들려오던 전사의 노래가 갑자기 뚝 끊겼다. “빠탐!” 만자강은 선수 쪽에서 들려오는 그 한 마디 외침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빠탐? 온다는 뜻이던가?” 만자강은 의혹어린 눈빛으로 타노를 응시했다. 하지만 타노는 만자강을 보지 않고 바로 소리를 질렀다. “헤이가!” 헤이가? 만자강이 알기로는 가라는 뜻이었고 더더욱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용문비선이 삼협을 오가는 배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한다 해도, 길이 칠장에 너비가 길어 봐야 이장이 조금 넘었다. 그 안에서 가 봐야 어디를 가겠는가. 만자강은 자신이 뜻을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 앞쪽에서 첨벙, 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왜 저러는 거야?” 표사들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만자강은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표사들이 왜 당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미 그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돛이 방향을 잃고 펄럭이고 있었고 배는 요동을 치고 있었다. 만자강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구당협의 입구를 향해 수십 개의 사람 머리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만자강은 타노를 찾았다. 타노는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았다. “미안하오.” 만자강은 그 슬픈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타노는 선미의 난간에 등을 기댄 채 슬프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만자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자강은 타의 반대쪽에 서서 타를 움켜쥐고 타노에게 외쳤다. “왜?”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는 말을 아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구려. 하! 그간 용문수로표국 덕에 우리 일족들이 풍요롭게 살 수 있었는데, 이렇게 인연을 끊어야 하다니---. 미안하오. 목숨 값은 목숨으로 치르는 법. 이 늙은이는 살고자 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저 아이들은 살고자 할 것이오. 살아날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그들의 목숨으로 당신들의 피 값을 갚을 것이오.” “타노오! 무슨 뜻이오?” 만자강의 외침은 공허했다. 대답해야 할 타노가 지그시 눈을 감고서 뒤로 넘어졌다. 첨벙! 지금껏 어안이 벙벙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장오는 급히 선미의 난간으로 달려가 타노를 살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배로 인하여 갈라졌던 물살들이 다시 한데 뭉쳐 생기는 소용돌이와 거품뿐이었다. “장오! 돛을 잡으라, 이르고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햇!” “예? 옛!” 만자강은 뒤뚱거리며 선수 쪽으로 달려가는 장오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제기랄! 삼협을 다 빠져나왔거늘! 용문수로표국의 코앞까지 왔는데 이런 일이---.” 선체가 부서질 듯 흔들렸다. 만자강은 고개를 들어 돛을 살폈다. 드디어 바람을 맞이하는 정 방향으로 돛이 세워졌다. 단 한번도 돛을 잡아본 적이 없는 표사들이었지만 수년간 본 것이 있으니 어렵지 않게 돛의 위치를 잡아낸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순풍에 돛을 달았다 해도 삼협의 격류 앞에서는 전진이 불가능했다. 오히려 제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버거우리라.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은 순전히 노에서 얻어지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미숙한 솜씨로 서너 개의 노밖에 저을 수 없는 상황이니 이제 배는 삼협의 입구에서 옴짝달싹 못할 상황에 빠진 것이었다. 만약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격류에 휩쓸려 암초에 받히거나 뒤집히거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리라. 만자강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언뜻 떠오른 것은 현 지점에서 기다리는 것과 배를 돌려 다시 삼협을 내려가는 것뿐이었다. 그렇지만 기다리는 것도, 배를 돌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모두 불가능했다. 바람이 머리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기다린다는 의미는 상실될 것이다. 배를 돌린다는 것은 더더욱 힘들어서 단순히 타를 트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격류의 틈새를 넘나드는 절묘한 조타술과 함께 그에 호응하는 숙련된 돛의 운용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했다. 함부로 행하다가는 배의 넓은 옆구리가 격류에 휩싸여, 방향을 트는 순간 전복되기 십상이었다. 만자강은 제 삼의 선택을 했다. “조금씩! 조금씩! 강변으로 붙인다. 닻을 내리고 기다린다.” 좌초되더라도 최소한 표물의 안전을 확보하고 표사들의 목숨까지 구할 수 있는, 만자강으로서는 최선의 방책이었다. 만자강은 좌우를 둘러보고 더 가까워 보이는 왼쪽 벼랑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평소에는 절경이라 감탄했던 곳이었으나 이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 내리쳐질 것만 같은 거대한 천도(天刀)를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만자강은 크게 심호흡하고 지그시 눈을 감으며 가끔씩 들려 준 타노의 무뚝뚝한 음성을 떠올렸다. 물결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물의 흐름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때가 느껴진다고 했고 손이 절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랬다. 즉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심으로 느끼려 하니 물소리도 없고 표사들의 당황한 목소리도 없었다. 오직 너울거림에 동화되어가는 만자강 그 자신뿐이었다. 만자강은 선타를 잡은 손에 불현 듯 힘이 들어감을 느꼈다. “표두우!” 장오의 경악에 찬 울부짖음이 만자강의 청정경(淸淨境)을 깨버렸다. 만자강은 선타를 비틀려던 힘을 빼고 눈을 떴다. 선실 옆 좁은 통로를 막 벗어난 장오가 사색이 되어 만자강과 시선을 마주쳤다가 손을 뻗어 선수를 가리켰다. “수-수적이---.” 만자강은 당황했다. 삼협에 수적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었다. 누가 있어 삼협의 격류 앞에서 당당할 것인가. 용문표국은 삼협을 통하는 사천의 물류(物流)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할 정도로 많은 표물을 운송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여섯 명의 표사들이 표선을 호위하는 이유는, 그들의 운송로가 삼협에서 가까운 남포현에서부터 삼협의 끝이라 할 수 있는 호북성 의창까지, 수적질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호호탕탕한 격류 팔백 여리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오의 눈빛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재차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배의 양쪽 옆구리에서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면서 선체가 급격하게 휘청거렸다. 투투투투투투퉁---! 갑판에 우박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잇달아 들리면서 선체가 좌우로 쉬지 않고 흔들렸다. 만자강은 갈등했다. 수적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틀림없이 많은 수의 인원들이 배에 승선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선타를 아무 것도 모르는 장오에게 맡기고 가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먼저 배를 안전한 곳으로 이끌어 놓아야 할지 망설여졌다. 바로 그 순간, 채채챙! 도검 뽑는 소리가 들리면서 욕설이 이어졌다. 만자강은 아득한 심정이 되어 눈을 감았다. 차라리 쌀 천 섬, 비단 천 필이나 옥 노리개 천 개라면 이렇게 암담하지는 않으리라. 용문수로표국의 재력이라면 손실로 인한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지금 만자강이 운송하고 있는 것 중에는 돈으로 되갚아 줄 수 있는 성질의 물건이 아닌 것도 있었다. ‘아직 바람이 바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선부가 아니라 표두! 표물의 안전이 우선이다.’ 만자강은 각오를 다지고 눈을 부릅떴다. 그는 장오에게 급히 말했다. “선타를 잡아라. 당황하지 말고 흐름에 맞추어 이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해 봐. 만약 위기가 닥치거든 그때는 생사(生死)는 하신께 맡기도록.” 장오는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생사를 하신에게 맡긴다 함은 격류 속에 몸을 던지라는 뜻이리라. 하지만 동료들을 놓아두고 홀로 살겠다고 물 속에 뛰어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장오는 자신의 대견한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으려 했다. 그러나 만자강은 장오가 선타를 인계받기도 전에 등에서 검을 뽑아들고 선실 위로 솟구쳤다. 장오는 급하게 휘돌아가려는 선타를 보고 엉겁결에 움켜쥐었다. 겨우 선타의 안정을 되찾은 장오는 문득 어미의 얼굴을 떠올리며 청의경장의 앞섶을 내려다보았다. 촘촘한 바느질 자국이 보였다. “이 따위 것에 의지할 이 장오가 아니야.” 장오는 입술을 깨물면서 상의 앞섶을 외면했다. 그러나 선타를 잡고 있는 손은 쉼 없이 떨리고 있었다. 장오는 경련이 이는 듯한 손을 부릅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이빨을 악다물고 상체로 선타를 눌러 지탱하고 오른손을 왼쪽 허리로 돌려 도파를 힘껏 움켜쥐었다. 표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용문수로표국의 인기는 압도적으로 높다. 그것은 단지 용문표국이 사천내륙에 위치한 표국들로부터 독점적인 위치에서 의뢰를 받는 표국 위의 표국인 탓만은 아니었다.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일단 용문수로표국의 표사가 된 후라면 급여가 후할뿐더러 편하기 때문이었다. 용문표국표사가 표물에 주의를 기울이며 바짝 긴장할 때는 의창에서 짐을 실은 후부터 서릉협의 초입에 들어서거나 서릉협에 들어서서 의창에 짐을 내리기 전까지 삼십 여리의 짧은 거리 안에서 뿐이었다. 용문표국의 표사 칠년 차인 마두 오량은 오늘 같은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남과 병장기를 부딪칠 일은 장난칠 때뿐이라고만 생각하고 살았었다. 요즘은 쓸데없는 뱃살을 빼기 위해 다시 연무라도 시작해 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지금 오량은 죽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바로 조금 전 팔노등선 두 척이 격류를 타고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어피(魚皮)와 같은 몸에 밀착되는 요상한 흑의를 입은 사내들이 세 발가락으로 된 갈고리로 비선의 옆구리를 찍어 배를 갖다 붙였다. 막을 새도 없었다. 표사 다섯이 좌우에서 쉬지 않고 솟구쳐 오르는 스물이 넘는 인원들을 어찌 막을 것인가. 표사 다섯 가운데 둘은 여전히 돛 끝에 달린 화장(火杖)을 한 손으로 움켜쥔 채 품속에 오른손을 넣고 있었고, 오량을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은 그들을 보호하려는 기색으로 도파를 움켜쥐었다. 기묘한 흑의를 입은 사내들은 등에 삼지창과 같은 기이한 무기를 맨 채 양손 중지에 한 자가 채 못 되는 아미자를 꽂아 빙글빙글 휘돌리며 표사들을 압박할 뿐, 공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오량은 그들의 얼굴에서 비웃음을 느끼면서 이빨을 악다물었다. 그래도 무서웠다.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정도로 무서웠다. 하체가 풀려 넘어질 정도로 두려웠다. ‘손들어버리면 살려줄까? 그래, 놈들이 원하는 것은 표물이지 목숨이 아니야. 우리 뒤에 누가 있는데. 대청성(大靑城)이 버티고 있어. 감히 목숨까지야---.’ 살고 싶다는 욕구가 표사로서의 의무를 압도해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검은색 어피의에 버금가는 검은 안색의 사내가 어깨에 희한하게 생긴 검을 걸친 채 느긋하게 배 위로 올라섰다. 이제 서른이나 된 듯한 그 사내가 갑판의 대치국면을 흘끔 바라보고는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 “누구 기다려? 얼른 죽여 버리지 않고 뭐하는데?” 툭 던져버린 그 한마디에 한 가닥 삶의 희망을 떠올리던 오량은 질끈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자마자 오량은 도파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가했다. 채채챙! 두 동료들이 따라 병장기를 뽑는 순간 화장을 잡고 있던 두 표사들 역시 품속에서 손을 빼냈다. “도적놈의 새끼들!” 쉐에엑! 용문수로표국의 표사들이 주로 애용하는 광한표(光扞鏢) 열 자루가 좌우로 빛살같이 날아갔다. 순간 오량과 다른 두 표사들도 앞으로 튀어나갔다. 어피의의 사내들은 전혀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중지에서 느릿하게 돌던 아미자를 맹렬하게 휘돌리며 손을 앞으로 내뻗을 따름이었다. 파르르르륵, 휘도는 아미자는 너무나 빨라 아미자가 아니라 원형의 작은 방패를 내미는 것 같았다. 티티티티팅! 열 자루의 광한표가 좌우로 퉁겼다가 속절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오량 등은 암담한 심정이 되어 도에 실었던 날카로운 벽력개산(霹靂蓋山)의 기세를 잃었다. 어피의의 사내들은 너무나 쉽게 오량 등의 도검을 피해내고 휘돌리던 아미자를 세워 내질렀다. 수십 줄기 예리한 기운들이 사방에서 닥쳐오자, 오량은 팔비도룡(八臂屠龍)의 수법으로 도와 함께 선풍처럼 휘돌며 갑판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동료들의 처지도 오량과 다름이 없는 듯 했다. 모두가 갑판의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심지어는 돛대를 지탱하던 두 사람마저 화장을 놓아버린 채 오량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섯 사람이 작은 원을 그리려는 순간, 훼르르르르륵,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작은 돌풍들이 휘몰아쳤다. 오량 등은 그것의 정체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미친 듯이 병기를 휘둘렀다. 치치치치치칭! 크으으윽! 다섯 사람이 사력을 다해 펼친 도풍검풍(刀風劍風)도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아미자의 폭풍을 모두 감당해 내지는 못했다. 오량이 왼쪽 어깨에 아미자를 깊숙이 장식한 것을 필두로 모두들 한 두 개의 아미자를 몸 어디엔가 꽂은 채 비명을 토해냈다. 표사 두 명이 넘어지면서 배도 비명을 질렀다. 역류 속에서도 떠밀리지 않고 견뎌낼 수 있게 해 주던 풍신의 힘을 잃는 순간 배가 뒤집어질 듯이 휘청거리며 뒤로 밀리는 기색을 보이는 것이었다. 선수의 난간에 느긋하게 기대어 서있던 흑면 사내가 주저앉을 듯한 육신을 바로 잡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유! 놀라라. 야! 뒤집어질 때까지 기다릴래? 돛부터 잡아. 무섭잖아, 자식들아.” 어피인 두 사람이 흉흉한 기색을 거두고 돛으로 다가가 표사들이 놓았던 화장을 움켜쥐었다. “야! 빨리 끝내. 뭐야? 다섯 놈 밖에 안되구만 왜 그렇게 빌빌 매고 있어?” 다시 소리친 흑면 사내는 찡그린 얼굴로 배 전체를 훑으며 중얼거렸다. “뭐야? 비천언가 뭔가 하는 놈이 표두라더니만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 그렇지. 조타 중이겠구만.” 바로 그 순간 아미자 대신에 삼지창 같은 수차(水叉)를 꺼내든 어피인들이 오량 등에게로 쇄도했다. 요동치는 배 위인데도 불구하고 어피인들은 발바닥에 빨판이라도 달린 듯 안정된 자세를 잃지 않고 미끄러지듯이 전진했다. 오량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남은 이들은 자신을 포함하여 셋. 상대는 티끌만한 상처조차 없는 스물하나의 괴인들이었다. 이제 죽음은 확정되어 있었다. 어피인 너머 흘끔 강물을 바라본 오량은 힘겹게 기를 모으며 하늘을 향해 애원했다. 살려달라고. 그러나 보이는 것은 무자비한 수차의 흐릿한 경기뿐이었다. 오량은 전신을 난자할 것 같은 기운을 향해 사력을 다해 도를 휘둘렀다. 가가가가강! 힘겹게 돋운 기운이 허무하게 가로막혔음을 깨닫는 순간 오량은 모든 것을 포기했다. 이제 좌우에서 몰려드는 기운에 산적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때였다. 전신을 갈가리 찢어놓을 것만 같던 기운들이 그의 머리카락들을 곤두서게 만들면서 허공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크아아아! 자신이 내뱉지 않은 것이 틀림없는 비명 소리에 눈을 치뜬 오량은 어피인들이 분분히 물러서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피를 뿌리며 배의 난간에 부딪혔다.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우아! 멋지군, 정말 멋져! 암향표(暗香飄)에 칠십이파검(七十二波劍)인가?” 이제는 익숙한 흑면사내의 말을 듣는 순간 오량은 누군가가 그와 흑면사내 사이의 시야를 가리며 떨어져 내리는 것을 확인했다. 본능적으로 도를 휘두르려 했다. 그러나 연달아 들려오는 괜찮냐는 말에 급하게 힘을 빼고 외쳤다. “표두!” 오늘따라 만자강의 등이 왜 이렇게 넓어 보인단 말인가. 평소에도 오량은 만자강을 성실함의 표본이요 무인의 귀감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 자신은 그렇게 될 자신이 없었지만, 그가 아니면 누구를 존경할 수 있을 것이냐고 말하고 다녔다. 그렇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만자강이 크게 보이는 것은 지금의 절망과 공포 속에서 오직 그만이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만자강은 야속하게도 그의 검 한 자루에 목숨을 내걸고 있는 오량과 두 표사들을 살펴보지도 않고 단 한 마디 말만 내뱉었다. “견디게!” 오량 등은 만자강이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견디면 산다! 믿고 있었다. 평소에는 거리낌 없이 술자리를 같이 하고 음담까지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지만 또 일면으로는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이 바로 만자강이었다. 이제 그가 복수의 검을 떨쳐 동료들을 죽이고 자신들에게 상처 입힌 수적들을 갈가리 찢어발기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오량 등의 의심 없는 믿음과는 달리 만자강은 암담했다. 암향표에 몸을 싣고 선실을 뛰어넘어 청성칠심이파검 가운데서도 가장 익히기 어렵다는 검파난첩(劍波難疊)의 절초를 십성 전개했다. 그것은 허를 찌르는 공격이어서 반 수 이상을 무력화시키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결과는 달랐다. 오량 등이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어피인들은 기습을 당해 놓고도 단번에 검파난첩의 기운을 느끼고 공격을 수비로 전환해 내었다. 결과적으로 단 두 명의 어피인들만이 다시 일어서지 못했고 나머지는 최소한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검파난첩을 받아넘긴 것이었다. 만자강은 선수의 난간에서 벗어나 어깨에 걸치고 있던 검을 늘어뜨리는 흑면사내를 주시했다. 암향표에 칠십이파검을 알아보면서도 놀라기는커녕 입가에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며 박수를 보내는 인물, 바로 그가 수적들의 우두머리였다. 그의 웃음은 만자강을 당혹감 속으로 빠뜨렸다. 웃는 가운데서도 점차 매서워지는 그의 눈매를 다시 확인한 만자강은 표두로서의 임무를 못다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빠져들었다. 바로 그 순간, 잠시 물러섰던 어피인들이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다. 만자강의 검에서도 푸른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피어올라 검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니들 뭐야? 저 양반은 내 손님이야, 내 손님. 니들 건 그 뒤에 있잖아, 자식들아. 물러서.” 흑면사내가 눈살을 찌푸리고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 어피인들을 훑어보자 어피인들이 배의 난간 쪽으로 물러섰다. 흑면사내는 만자강의 검신에서 감도는 기운을 살펴보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흑면사내는 흔들리는 갑판을 평지 걷듯이 뚜벅뚜벅 걸어 만자강과의 거리를 일장으로 좁혔다. 그는 곧장 검을 들어 만자강을 향해 뻗었다. 순간 누그러졌던 만자강의 검에서 시퍼런 청기가 다시 꿈틀거렸다. “아차! 이런 멍청이!” 사내는 흑색 가죽 검갑이 검을 감싸고 있음을 확인하고 훌쩍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만자강을 향해 환한 미소를 보이고는 그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어피인을 향해 검을 뻗었다. 특별히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겨누는 것만으로 검갑이 앞으로 부드럽게 튀어나갔다. 어피인이 검갑을 받아들자 흑면사내는 다시 만자강에게 검을 뻗으며 두 발짝 앞으로 걸었다. 만자강은 눈살을 찌푸렸다. 기이하기는 해도 검갑이 감싸고 있는 상태에서는 분명히 검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신이 드러난 순간 사내의 검은 이미 검이 아니었다. 세상의 빛을 모두 흡수한 듯한 무광택의 흑색 검신에는 검인(劍刃)이 없었다. 또 예리한 검첨이 달려있어야 할 곳 역시 손가락 하나는 들어갈 것 같은 검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만자강의 눈길이 자신의 검첨에 닿아있음을 본 흑면사내는 다시 한번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자! 이제 한번 해 볼까? 기대만큼은 했으면 좋겠는데---.” 흑면사내가 갑자기 무기를 강으로 내뻗었다. 순간 하신이 수전(水箭)이라도 뿜은 듯 누런 강물 한 줄기가 튀어 올라 흑면사내의 병기 구멍과 맞닿았다. 만자강은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펼쳐 보이는 신기한 광경 탓이 아니었다. 그 안에 숨어있는 상대의 경지가 예사롭지 않았던 탓이었다. 장강의 물줄기를 순식간에 끌어들이는 능숙한 접인공(接引功)에, 채찍과 같은 가느다란 물줄기의 형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이물성형(以物成形)의 공력이 겸비되어야 가능한 경지였다. 그렇게 만자강이 당혹감에 휩싸여 있을 때, 쉐엑! 귀청이 서늘해지는 소리와 함께 흑면사내의 병기 끝에 매달린 수편(水鞭)이 강물과 단절되면서 만자강을 후려쳤다. 만자강은 아차 하는 그 순간 오른발로 오량을 선실 쪽으로 밀어내며 그 탄력으로 허공으로 치솟았다. 근 삼장에 달하는 물줄기가 성난 수룡이 되어 만자강의 발바닥을 스치고 지나갔다. 흑면사내는 허공을 휘도는 만자강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짓고서 병기를 미약하게 흔들었다. 한 치 안에서 오가는 작은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병기의 끝에 달려 꿈틀대는 물줄기는 천지 사방을 난자했다. 만자강은 갑판에 발 디딜 틈도 없이 허공에서 정신없이 휘돌고 또 돌았다. 선풍처럼 휘돌아 상대의 정신을 빼놓고 소리 없이 접근하여 상대를 죽음 앞까지 내몬다는 청성의 신기 암향표가 한낱 물줄기를 피하는데 쓰이고 있었다. 방금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던 물줄기가 다시 만자강의 허리를 물겠다고 달려들었다. 만자강은 발로 허공을 후려차서 물줄기와의 거리를 유지했다. 동시에 검을 내뻗어 심천무파(深川無波)의 쾌속한 초식으로 물줄기를 후려쳤다. 물줄기에 버금가는 굵은 청기가 물줄기와 맞부딪쳤다.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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